
바쁘게 응급실 근무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통이 넘게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정말 귀찮기도 하고 응대가 힘들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다급한 전화일 수도 있으니 일단 전화를 받아보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어이가 없어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응급실이 열려있냐는 질문부터(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곳입니다.)
아이가 열이 나는데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달라는 질문
자신이 아픈데 도대체 어느 과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달라 등등의 질문은 그나마 양호한 것들이다.
문의 전화에 대해 대부분 답은 정석적으로
'불편하시거나 너무 아프시면 병원에서 진료를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인데
여기까지 이르기 위해선 문의자의 많은 질문, 불만, 불편 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애로가 있다.
최근에 내가 받았던 가장 어이없는 질문은
의학 드라마에 나왔던 처치법이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문의자가 말한 그 의학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드라마의 처치법은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실제적인 처치법과는 달리 과장되어 보일 수 있으므로
잘 모르겠다고 말하니
직급이 뭐냐?
교수라면서 왜 그걸 모르느냐?
수준이 떨어진다! 등등의 푸념을 받은 적이 있다.
더 이상의 상담은 시간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능력이 없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살포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이후로 자신을 무시하냐는 항의 전화가 두 차례 더 걸려 왔지만,
이번엔 내가 무시했다.
어이없던 사례들이야 여럿 있었지만, 여기서 줄이겠다.
문의 전화는 누구나 걸 수 있다.
하지 말아 달라고 쓰는 글도 아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확인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사람의 심리이다.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면 진료에도 오진이 있고 진단이 어려운데
하물며 전화 상담만으로 의학적인 진료 혹은 판단을 내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싶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의 문의에 대해 답을 하는 시간 동안에도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위급한 환자가 응급실에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려 깊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by 응급의학과 전문의 랑군파파